새로운 팀을 굴리며, phase1

2024-08-19SNACKS

리뉴얼 앱을 배포하고 한달이 지난 지금, 본격적으로 유저에게 홍보가 들어가면서 정밀하게 앱을 살펴봤다. 앞으로 나아갈 로드맵이 가득 차있는데, 익숙했던 환경과 떨어져서 새로운 경험, 변화, 적응이 많아 잠깐 한 발짝 떨어져서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언제 갑자기 글을 없앨지 모르겠다. 근데 지금은 잘 찾을 수 없는 내 공간에 지금의 나를 남겨놓고 싶다.

기술적인 걸 많이 시도해보고 있다. 이건 차치하고, 전혀 다른 환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있다. 기술 외의 영역들을 고민한다. 점점 단편적으로 변하던 일상이 다시 입체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새삼 불과 몇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이해가지 않던 것들과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내가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돌아보면 성장했지만 정체하고 쇠퇴한 부분도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환경에 놓여지는지에 따라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따금 내가 알던 내가 아닌 모습을 발견할 때면 신기하고 재밌다.

가끔은 좀 단순하고 여유있게 생각하면 순탄하게 흘러갈텐데, 싶기도 하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갈 때 느끼는 안정감이 고플 때도 있다. 근데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거지... 하며 마음을 다잡고 현재에 집중한다. 그래서 가끔 찾아오는 감기가 반가울 때가 있다. 나른하고 몽롱한 느낌이 고갈되어가던 여유를 다시 쟁여주고, 한 템포 쉬어가게 해준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한 발 앞서서 생각하고, 한 차원 떨어져서 봐야한다. 문제를 정의하지 못할 때는 본질에 집중한다. 발단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본다. 생각보다 다른 원인이 문제의 본질로 정의될 때가 많다. 그 본질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 여기서 좋게 해결한 경험과 안 좋게 해결한 경험이 영향을 크게 미친다. 힘든 상황을 많이 겪어내면 성장한다고 하는데, 성장은 하겠지만 좋은 상황을 많이 경험하며 성장할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크게 성장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나에게 강렬하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 시간의 나의 가치관과 성향에 크게 영향을 준다. 여기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얼마나 가정 환경이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나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은 꽤나 강렬하게 남는다. 익숙한 내 방식을 깨주고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들어줘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동안 그것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이제는 나와 꽤 강하게 결합이 된 것 같다. 해방되고 싶었는데, 해방되고 싶지 않았다. 근데 그 방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나한테 진득하게 붙은 것들을 잘 섞어줘야한다.

사람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왜 거기까지 도달했는지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보여지는 모습 이상으로 깊이 들여다보지 않게 되곤 한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에 있어서 만큼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상대도 나에 대해 깊이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맞춰가야 하고 기대하게 되는 관계가 있다.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나를 져버리고 상대에게 맞추는게 필요할 때, 상대가 기대하는 것이 명확할 때, 상대의 속내가 보일 때...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다시 단순하게 사람을 보는 것으로 귀결된다. 순환 논증처럼 이런 관계에선 진심으로 상대를 생각하려 하는데, 그 마음이 단방향인 걸 느끼면 먹먹해질 때가 있다. 약간 짝사랑 같은 건가 ㅋㅋ 그럼에도 꾸준히 내 진심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게 나니까, 묵묵히 나대로 있으려고 한다.

이렇게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의 고민을 겪으며 지낸 것 같다. 감사하게도 상황이 정리되어 여유가 생기니 글로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성장은 원래 아프다. 조금 노련해질 때 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노련해진 부분이 다시 날 것처럼 생경할 때가 있다. 깊게 생각하다보면 내 원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내가 이끌고 갈 때가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반응하면서 핸들을 자꾸 틀어잡는데, 결국 도착하고자 하는 목적지는 같다. 그렇게 또 단순함의 필요성을 느낀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이 깔끔하게 드러난다. 반복해서 안 좋은 경험이 쌓이는 부분은 내 단점으로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근데 그게 진짜 내 단점일까? 잘 풀었던 경험을 토대로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돌아가도 같은 길을 선택할 것 같다. 단순하지만 정묘하게 나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